흔한일은 아닌데, 무심결에 오고 갔던 눈빛이 화근이었다
서로간 눈빛에 스파크가 튄 이유는 딸내미와 주고 받은 짧다란 한 마디였다
그로 말미암아
난 나대로 하던 일을 계속하고
딸내민 출근 시간 분배를 마치고 '삐리릭~' 문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생각해 봤다
딸내밀 내가 저렇게 만든 요인이 뭘까를
단어 선택에 문제가 있었나
억양에 문제가 있었나
얘길 나눠보면 엉뚱한데서 꼬였을 수도 있다
생각지도 않았던 엉뚱함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 '따지기'를 피하고
난 기다린다
잠깐의 시간을 되돌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딸내미도 무슨 생각이든 했으면 하고
말투가 어떻고 표정이 어떻고..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학교보내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
무릎꿇여 앉혀놓고 몇 시간이 흐를지언정 원하는 대답을 들을 때가지
회초리를 놓지 않으셨던 아버지가 미웠던 건
아이들이 잘못을 깨우치도록 시간을 주는 내 교육 방법과 달리
언니든, 동생들이든
하나가 잘 못하면 무조건 무섭게 단체기합을 받았던 불공평했던 어린시절의 염증때문이다
늘 그래왔듯
서로 불편한 일로인해 속 끓이지 않겠다 맘먹으며 흘러 온 저녁나절..
필요 이상으로 긴 말을 해대는 딸내미 전화를 받으며
절제된 말을 하고 있는 날 봤다
그런 날 끌어 올리려고 딸내미가 애쓰는 게 느껴지고 30분이 지나자
과자 한 봉지를 손에들고 들어왔다
딸내미의 30분은
나름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며 과자를 사가지고 오는데 걸린 시간이었고
전화를 받고 난 후, 똑같은 30분을 난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집으로 온 딸내미의 과도한 웃음에 같이 스며들며
그 웃음속에
씁쓸함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