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화 비우기

공효진* 2015. 1. 29. 15:50

 

 

 

 

흔한일은 아닌데, 무심결에 오고 갔던 눈빛이 화근이었다

 

서로간 눈빛에 스파크가 튄 이유는 딸내미와 주고 받은 짧다란 한 마디였다

그로 말미암아

난 나대로 하던 일을 계속하고

딸내민 출근 시간 분배를 마치고 '삐리릭~' 문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생각해 봤다

딸내밀 내가 저렇게 만든 요인이 뭘까를

단어 선택에 문제가 있었나

억양에 문제가 있었나

얘길 나눠보면 엉뚱한데서 꼬였을 수도 있다

 

생각지도 않았던 엉뚱함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 '따지기'를 피하고

난 기다린다

잠깐의 시간을 되돌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딸내미도 무슨 생각이든 했으면 하고

 

말투가 어떻고 표정이 어떻고..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학교보내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

무릎꿇여 앉혀놓고 몇 시간이 흐를지언정 원하는 대답을 들을 때가지

회초리를 놓지 않으셨던 아버지가 미웠던 건 

아이들이 잘못을 깨우치도록 시간을 주는 내 교육 방법과 달리 

언니든, 동생들이든

하나가 잘 못하면 무조건 무섭게 단체기합을 받았던 불공평했던 어린시절의 염증때문이다

 

늘 그래왔듯

서로 불편한 일로인해 속 끓이지 않겠다 맘먹으며 흘러 온 저녁나절..

필요 이상으로 긴 말을 해대는 딸내미 전화를 받으며

절제된 말을 하고 있는 날 봤다

그런 날 끌어 올리려고 딸내미가 애쓰는 게 느껴지고 30분이 지나자

과자 한 봉지를 손에들고 들어왔다

딸내미의 30분은

나름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며 과자를 사가지고 오는데 걸린 시간이었고 

전화를 받고 난 후, 똑같은 30분을 난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집으로 온 딸내미의 과도한 웃음에 같이 스며들며

그 웃음속에

씁쓸함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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