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자작나무의 위로

공효진* 2015. 2. 8. 22:54

 

 

 

 

 

두 볼의 알싸함을 장갑낀 손으로 누르고 올라 탄 승합차 안은

기름 냄새로 가득했다

 

강원도는

그나마 내가

집에서 멀리 갈 수 있도록 마음이 허락하는 곳이다

친구들과도 가족과도 가기에 부담없고 만만하다

더 아랫녘은

지금껏 살면서 몇 번이나 갔었는지

한 손의 손가락이 다 접어지지 않는다

그만큼도 안 된다

그렇게 나다니지 않는 나에게 강원도는 내 것같은 풍경이다

 

아는 길의 여정을 두드릴 이 곳,

강원도로 열 다섯이서 문학기행을 왔다

오랫동안 있을 건 아니다

자작나무 숲에서

소리없이 소리친 오늘의 여운을 빼고, 이제 이 한 밤을 조용히 보낼 거고,

내일

대포항, 하조대, 주문진을 거쳐

경포대, 허균 허난설헌 생가를 보고 올라 갈 거다

그 곳들을 만나면서 나를 전하고 싶다

그 곳들이 비록 날 멋없게 손 짓 할지라도

 

낮의

허옇고

얼핏보면 죽은 듯 자작나무는 늘씬하게 쭉 뻗었다

사람처럼 서로를 비교할 수없이 키도 몸도 비슷비슷하다

쟤들은

질투도 시기도 모함도 없을테지

바짝 붙어서 생기는 집착도 없을테지

앞만보고 서 있으니 아픔도 같을테지

발밑의 시린눈이 서서히 녹기만을 기다릴테지

그렇게 차분히, 말없이 봄을 기다릴테지

 

저 끝에서 눈 앞에 소리없이 도착 할 바보같은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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