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자작나무 숲길은 경사가 45도가량 되려나
걷기엔
평지도 반갑지 않으니 오르막길의 각도를 어림잡기가 내겐 어렵다
가기 전, 옛 미시령 길이 통제될 만큼 내린눈으로 인해
올라갈 때 내려갈 때 모두 참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행여 미끄러질새라 눈덮인 바닥만 보고 걸으려니
전후좌우 풍광에 눈길을 듬뿍 주지 못 했다
얼만큼 올랐나 고개를 들어 앞을 보고
얼만큼 올랐나 고개를 들어 양옆을 보고
짧다란 쉼으로 간간이 한 폭 한 폭 담으며 오르지만
긴 숙여짐으로 많은 이들의 발자국을 볼 수 있었다
밟고 지나간 위를 또 밟고 또 밟고 하여
강도가 다 다른 발자국들이 남겨져 있다
어떤이는
작정하고 와 두 배의 감동을 고스란히 남긴 발자국일 거다
어떤이는
골아픈 현실에서 벗어나 옷을벗은, 건조한 자작나무의 허허로움과
나의 그 것이 같지 않을까 해 그냥 손을잡고 걸으며 남긴 발자국일 거다
어떤이는
자신의 오만했음을 내려놓기 위해 뒤늦은 반성에 취한 발자국일 거다
힘든만큼 무겁게 형상을 남긴 발자국
기뻐 사뿐사뿐 형상을 남긴 발자국들이 뒤엉켜 있다
내 삶의 무게 그대로 모르는 이들의 삶속에 내 발자국을 덧입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