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덧입힌 발자국

공효진* 2015. 2. 10. 00:58

 

 

 

 

 

인제 자작나무 숲길은 경사가 45도가량 되려나

걷기엔

평지도 반갑지 않으니 오르막길의 각도를 어림잡기가 내겐 어렵다

 

가기 전, 옛 미시령 길이 통제될 만큼 내린눈으로 인해

올라갈 때 내려갈 때 모두 참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행여 미끄러질새라 눈덮인 바닥만 보고 걸으려니

전후좌우 풍광에 눈길을 듬뿍 주지 못 했다

얼만큼 올랐나 고개를 들어 앞을 보고

얼만큼 올랐나 고개를 들어 양옆을 보고

짧다란 쉼으로 간간이 한 폭 한 폭 담으며 오르지만

긴 숙여짐으로 많은 이들의 발자국을 볼 수 있었다

 

밟고 지나간 위를 또 밟고 또 밟고 하여

강도가 다 다른 발자국들이 남겨져 있다

어떤이는

작정하고 와 두 배의 감동을 고스란히 남긴 발자국일 거다

어떤이는

골아픈 현실에서 벗어나 옷을벗은, 건조한 자작나무의 허허로움과

나의 그 것이 같지 않을까 해 그냥 손을잡고 걸으며 남긴 발자국일 거다

어떤이는

자신의 오만했음을 내려놓기 위해 뒤늦은 반성에 취한 발자국일 거다

힘든만큼 무겁게 형상을 남긴 발자국

기뻐 사뿐사뿐 형상을 남긴 발자국들이 뒤엉켜 있다

 

내 삶의 무게 그대로 모르는 이들의 삶속에 내 발자국을 덧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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