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새벽

공효진* 2015. 2. 18. 01:55

 

 

적막은 집안 공기를 벌써 감쌌는데 잠은 안 온다

 

식탁 위 수북한 먹거리를 베란다로 내놓고는 한 잔의 물을 마신 후

입술에 솟은 단순포진이 가로거쳐 여기 저기 뒤져서 붙이는 밴드를 찾아냈다

약을 발라도 그만인데 툭하면 흔적없이 지워져 붙이는 원형 밴드를 사 뒀다

위 아래 두 군데다 얌전히 붙였다

 

신경쓰고 피곤하면 흉하게시리 지저분하게 이지경이다

 

동네에 새로 생긴 알라딘 책방에 갔다

외국사는 언니 생일을 즈음해 부탁받은 걸 사러 나갔다 발견한 거다

구경을 했다

꼭 사려던 책이 머릿속에 있었는데 수첩에 적어 놓고 안 갖고 나왔더니

뭐.. 못 샀지

대신에

시집 두 권

내가 좋아 하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씨디 한 장을 샀다

그리곤 언니를 위해 우체국으로 발길을

 

한산했던 우체국을 거쳐 장을봤다

 

내일을 준비해야는데 정신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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