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은 집안 공기를 벌써 감쌌는데 잠은 안 온다
식탁 위 수북한 먹거리를 베란다로 내놓고는 한 잔의 물을 마신 후
입술에 솟은 단순포진이 가로거쳐 여기 저기 뒤져서 붙이는 밴드를 찾아냈다
약을 발라도 그만인데 툭하면 흔적없이 지워져 붙이는 원형 밴드를 사 뒀다
위 아래 두 군데다 얌전히 붙였다
신경쓰고 피곤하면 흉하게시리 지저분하게 이지경이다
동네에 새로 생긴 알라딘 책방에 갔다
외국사는 언니 생일을 즈음해 부탁받은 걸 사러 나갔다 발견한 거다
구경을 했다
꼭 사려던 책이 머릿속에 있었는데 수첩에 적어 놓고 안 갖고 나왔더니
뭐.. 못 샀지
대신에
시집 두 권
내가 좋아 하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씨디 한 장을 샀다
그리곤 언니를 위해 우체국으로 발길을
한산했던 우체국을 거쳐 장을봤다
내일을 준비해야는데 정신이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