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비우자

공효진* 2017. 2. 6. 21:00

 





문화원에서 조촐하게 열렸던 출판기념회는 18회였지만

내 책꽂이에 꽂힌 수필집은 4권이다

수강하고 싶어 등록한 해부터 4번째 겨울과 나란히다


동물적 본능

번식과 굶주림이 아닌, 관계로 이어지는 사람의 무리

맺음이다


늘 새로운 걸 찾진 않는다

환경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그런데 복잡한 삶이 싫어

자연스럽게 멀어지거나 의도적으로 내 곁을 떠난 사람

한 공간에서 찬바람을 일으키는 사람까지 챙기진 못 한다


문화원에서 만나는 것 말고 말을 섞을 일은 그다지 없는데도

수강생들과 전화 번호를 가끔 주고 받는다

열이면 열 상대방이 원해서다

먼저 원하지 않는 건

내가 상대방에게 정성을 쏟을 자신이 없어서다

어떤 계기로 메시지를 주고 받게 돼 싫다 좋다는 선택보다 

"관계"가 만들어지는 순간도 있다


차곡차곡 의미없는 번호가 쌓인다

정리하자

1년, 6개월, 3개월... 그것보다  더 빨리 강의실을 떠나는 사람

각자 잇속 때문은 아니었지만 필요에 의해

개인적인 통화를 해본 적 없는 그들의 저장된 번호들도 같이 지운다

남겨두고 일일이 내가 안부를 전하기도 뻘쭘해서고 

상대방이 날 궁금해 하는 것도 아니라서다


비우자


단순해서 마음과 생각의 거리가 가깝고

관계에 연연하지 않는 외향적인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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