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외출

공효진* 2020. 3. 23. 11:38



동창 7명 중 오래 걷기, 오래 서 있기를 잘 못 하는 나만 백수다

발이 부실하니 손이 멀쩡하냐면 것도 아니다

무거운 걸 들면 힘들 정도로 손목도 션찮고

입에 풀 칠하기 어려우면 되도 않는 이유지


이부자리 매장을 하는 친구가 둘

삼성화재에 다니는 친구며

웨딩플레너도 있고

하다 못 해 손주 손녀라도 돌봐주는 친구들..


사회에서 만난 친구 중

은행원, 카페운영, 마트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이, 미취학 아이 돌보는 이, 장애인 돌봄 봉사하는 이,

학습지 교사, 어린이 집 돌봄 등등


잠실에서 미취학 아이 돌봄을 하는 친구보다 내가 여섯 살 많다

언제 보고 안 봤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시간과 이 시국이 더해진 시간까지 합하면

반 년이나 됐겠지 짐작되는 잠실 친구를 만나러 갔다

또, 어제의 날씨가 넘 화창해서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다


사실... 돌아다니면 안되는데 다른 때 보다 좀 더 얇은 옷차림을 하고

마스크와 색안경을 챙기고

그녀가 좋아하는 창동역 호빵집을 들러 가려고 나간다

1000원 하는 호빵은 내 손바닥 만 한데 팥이 달지 않고 맛있다고 잘 먹으니

사가야지 했는데

그래 맛있는 집이니 하루 쉬기도 해야겠지

문 닫은 걸 보고 힘이빠진다


그녀를 만나 양재천을 걸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어디도 가고 어디도 가고 다 뚫려 있다고 한다

동네 중랑천도 못지 않은데 시야가 훤하니 좋다

양재천은 늘 꽃이 먼저 피고 여느 동네가 화사할 무렵 꽃이 진다고 한다

여유있는 곳에 여유있는 사람들이 여유있는 시간을 즐기는 듯 보인다

불안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었다

화사한 꽃과 뚝에 덮여있는 초록이 좋다


심리적인 게 큰 것이

차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밥을 같이 먹으면서 젓가락질에 신경이 쓰이고

만나면 얼싸안고 손잡던 것도 멀뚱멀뚱 눈인사만 했는데

헤어질 땐 그냥은 안되겠어서 손세정제를 바르고 악수를 했다 


"엊그젠 세상 한 가운데 혼자 있는 기분이었는데..언니가 옆에 있어서 힘이돼요

오늘 고마웠어요"

헤어지고 그녀에게서 받은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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