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 7명 중 오래 걷기, 오래 서 있기를 잘 못 하는 나만 백수다
발이 부실하니 손이 멀쩡하냐면 것도 아니다
무거운 걸 들면 힘들 정도로 손목도 션찮고
입에 풀 칠하기 어려우면 되도 않는 이유지
이부자리 매장을 하는 친구가 둘
삼성화재에 다니는 친구며
웨딩플레너도 있고
하다 못 해 손주 손녀라도 돌봐주는 친구들..
사회에서 만난 친구 중
은행원, 카페운영, 마트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이, 미취학 아이 돌보는 이, 장애인 돌봄 봉사하는 이,
학습지 교사, 어린이 집 돌봄 등등
잠실에서 미취학 아이 돌봄을 하는 친구보다 내가 여섯 살 많다
언제 보고 안 봤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시간과 이 시국이 더해진 시간까지 합하면
반 년이나 됐겠지 짐작되는 잠실 친구를 만나러 갔다
또, 어제의 날씨가 넘 화창해서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다
사실... 돌아다니면 안되는데 다른 때 보다 좀 더 얇은 옷차림을 하고
마스크와 색안경을 챙기고
그녀가 좋아하는 창동역 호빵집을 들러 가려고 나간다
1000원 하는 호빵은 내 손바닥 만 한데 팥이 달지 않고 맛있다고 잘 먹으니
사가야지 했는데
그래 맛있는 집이니 하루 쉬기도 해야겠지
문 닫은 걸 보고 힘이빠진다
그녀를 만나 양재천을 걸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어디도 가고 어디도 가고 다 뚫려 있다고 한다
동네 중랑천도 못지 않은데 시야가 훤하니 좋다
양재천은 늘 꽃이 먼저 피고 여느 동네가 화사할 무렵 꽃이 진다고 한다
여유있는 곳에 여유있는 사람들이 여유있는 시간을 즐기는 듯 보인다
불안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었다
화사한 꽃과 뚝에 덮여있는 초록이 좋다
심리적인 게 큰 것이
차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밥을 같이 먹으면서 젓가락질에 신경이 쓰이고
만나면 얼싸안고 손잡던 것도 멀뚱멀뚱 눈인사만 했는데
헤어질 땐 그냥은 안되겠어서 손세정제를 바르고 악수를 했다
"엊그젠 세상 한 가운데 혼자 있는 기분이었는데..언니가 옆에 있어서 힘이돼요
오늘 고마웠어요"
헤어지고 그녀에게서 받은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