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산소는 춘천 공원묘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가 엄마랑 함께 공원묘지를 계약했다니
그땐..
은지가 태어난지 얼마 안 돼 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까
훨씬 전인 80년대 초였다
납득이 안 가게 할아버지가 무연고 사망처리 돼 어찌어찌 할머니랑 합장을 했고
바로 옆에 아버지 엄마가 누울 자리까지 마련돼 먼저가신 세 식구가 나란히 계신다
가족이 성묘를 가는 건 봄 갈.. 1년에 2번이다
갈 때마다 언젠가 혼자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며칠 전 계획없이 떠났다
평일이라 도로는 한산했는데도 가족들과 함께 갔을 때의 시간보다 더 걸린듯 햇다
지금과 달리 그 때의 봄은 너무 건조했다
푸름도 꽃망울도 없고 뭐라고 할 색감도 전혀 없었다
지루한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집에서만 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기 시작 할 무렵
공원묘지에도 찾아오는 가족들이 생각보다 제법 많았다
엄마가 아버지의 묘가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부터 소리내 우니...
여전히 달래지지 않는다
울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언젠가 혼자 오고 싶었던 것도 있다
처음엔 내 무릎까지 오는 키의 나무를 심은 집이 멀리서 보이는데
지금은 내 키보다 훨씬 큰데다 휘어져 보기 좋지 않고
위로 뻗어야 할 모양을 만들며 전지를 해야 하는 나무인데 길쪽으로 쏟아진 모양이라
결국 길을 막아 통행이 불편했다
옆으로 걸어 아버지 산소에 도착했는데 왠지 생각과 달리 눈물이 나오진 않았다
묘를 둘러보고 상한 곳은 없는지 살폈다
겨울을 잘 견디고 다시 꽃이 피는 국화를 심고 싶었는데 엄마가 원하지 않아 못했다
주변에 뿌리가 퍼지는 어떤 것도 심고 싶지 않다셔서
혜란이네는 보라색 노란색 꽃이 피었다고 사진도 보여줬는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왔다
아버지 생신에 또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