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동창.

공효진* 2013. 9. 7. 00:44

 

 

 

 

 

90600원의 잔고가 살아 있는 소모임.

중학교 동창 두 명, 그러니까 나를 포함해 세 명인 모임이다.

 

중학교 다닐 때 아버지께서 나를 다리가 가늘어서 새다리라며 여러 번 학교에 업어서 데려다 주셨다.

그 시절 학교는 진흙탕 길, 구의동 샛길 끝나는 곳에 위치했다.

학교에서 싹튼 우정, 지금은 우리 모두 각자의 삶으로 갈라졌지만  돌고돌아 모두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다.

둘은 일을 하고 있어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우리들의 우정이 쌓여진 세월에도 금이 가진 않는다.

 

받기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나.

퍼주기 좋아하는 친구 둘.

셋이 제일 많이 다툼이 벌어지는 곳은 음식점이다.

별 건 아니다.

서로 돈을 내려는 문제로 수선을 떠는 거다.

예를 들기 좋은 것이 이것이고, 다른 것도 부지기수다.

 

빵을 싫어하는 친구가 빵 선물을 받으면 그 건 우리집으로 날아온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걸 알아서다.

공산품이나 생필품은 우리 집에서 두 집으로 날아간다.

똑 소리나게 음식 잘 하는 친구는 반찬을 돌린다.

내 귀 빠진 날을 기념하여 만나는 날인 다음주 월요일은 양파효소를 나눠준단다. 

 

하지만, 이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녀들의 내면은 더욱 아름답다.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고, 거리가 생기는 듯하면 서운해 하지 않고 기다려주고, 안아주는 흔치않은 친구들이다.

무엇보다 친하다고 함부로 하지 않는 건 서로 타협한 게 아니다.

뼛속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서로 말한다.

 

그런 그녀들이라면 무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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