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밤공기.

공효진* 2014. 1. 3. 23:45

 

 

 

 

 

 

 

"이제나 저제나 오실 날 만을 기다립니다" 라는 문구는 삼사분기 혹은 사사분기마다

한 번씩 가는 미용실에서 보내주는 단체문자다.

 

훨씬 전엔 펌도 곧 잘 했는데 어느 순간 탈모가 심했고 그 후 새롭게 나는 머리카락과

길이가 서로 맞지 않게 되면서 펌을 안 한지 몇년 된다.

숏컷, 숏컷에 펌을 한 머리.

단발머리, 단발머리에 김희애 스므살 때처럼 펌을 한 머리.

어깨까지 닿는 머리, 그 머리에 춤추던 김완선이 처럼 펌도 해봤고.

어깨 훨씬 밑으로 내려오는 긴머리, 그 머리에 웨이브 펌도 해봤다.

그렇게 긴머리를 묶고 다녀도 봤고, 그러고 보니 여러가지 모양을 해봤네.

개인적으로 긴머리를 좋아해서 관리라고 해봐야 상한 머리카락 끝만 잘라준다.

 

딸내미 친구가 일을 하고 있는 미용실은 명동에 있다.

꼭 거기 가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명동이라는 동네를 좋아해서 사실 일부러 간다.

발길닿는 몇 안 되는 동네이기도 하고 10대 후반부터 결혼 전까지 폭 빠져서 지냈던 동네이기도 하다. 

친구를 만나도 명동, 약속도 명동, 울적해도 명동, 심심해도 명동, 어딘가 가고 싶어도 명동, 그랬으니.

 

머리를 자르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딸내미 친구는 종종걸음으로 배웅을 했다.

"어머니..은지랑 모레 만나기로 했어요"

"그러니? 니들 오랜만에 만나는 거 같다."

"네.. 근데 전화 연락이 잘 안되요 걔는."

"전화? 직계도 안되 직계도, 그눔의 전화가.

근데 솔직히 나는 안되도 니들은 되야 하는게 맞는 거 아니니 이상하다."

"호호호" 서로 웃는다.

씨크릿의 멤버랑 비슷하다고 난 걜 효성이 닮은 애라고 부른다.

 

명동의 밤공기는 언제나 참 좋다.

발발거리던 옛생각도 나고.

지금은 정신없는 동네가 됐지만 추억이 있어선지 그래도 좋다.

영풍문고에서 책 몇권과 씨디를 사고

허술하게 해준 귀걸이를 잊지않고 챙겨 나가서 다시 고치고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기웃거리는 행복을 누린다.

 

항상 그렇 듯 혼자라서 더욱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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