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칠판 뒤 창문 밖 눈에 익은 나뭇가지 위를 보니
꼬깃꼬깃 구겨진
만지면 부서질듯 나뭇잎 한 장이 가지 끝에 걸려 있다
매서운 바람에도
떨어질 기미가 없이 가지와 가지 사이에 끼어 있다
친구들 다 떠난 자리 저 꼭데기
내려오지 못 해 파리한 떨림
내 눈은 나뭇잎을 향해 속삭였다
"까치발 들어도 하 높아 나 손 내밀어 줄 수 없단다
바람도 숨 차 꺼내 줄 수 없을 거야"
순간
미끄러져 길 위에 넘어진 꼬깃꼬깃 나뭇잎은
저기 저 가지 끝이 좋았다는 말없이
흐린하늘 보고 누워 웃는다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걸려 떨고 있을 때보다
내려오고 싶어 쩔쩔맬 때보다
그렇게 웃으니 좋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