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 게 맞는 거야

공효진* 2014. 12. 10. 18:39

 

씻고

일찌기 집안일을 마친 시간은 아홉시다

 

몸에 익은 정리의 순서를 밟아 가는 내가

마치 반질반질 기름칠이 되어 말 잘 듣는 얌전하고 조그만 기계같다

방향조정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동동거리며 깨끗하게 흔적을 남긴 자리는 흡족하다

 

잠시 눕는다

이불속에서 빠져 나왔던 그대로 다시 들어가 천정을 본다

눈을 감는다

 

전 날의 머리 아픔은 그 순간 날 아무것도 못 하게 했다

그렇게 서 너시간이 날 혼자만의 굴레속에 가뒀다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가.. 이 거 뭐하는 짓이지 하며

머리아픔으로부터 분리되려 힘겨운 안간힘을 썼다

초라했다

 

내 의지와 전혀 다른 감정이 그렇게 그렇게 출렁이다가

반듯했던 내 이성은 다 어디 간 거지 자책이 밀려온다

 

커피 한 잔 마신 후

느긋하게 움직여 할 일을 끝냈을 때만 해도

스치며 생각한 거였지만 밖으로 나갈 계획이었다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었던차에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 오면서 끊을 때까지 시간이 제법 흘렀고

때맞춰 밥을 먹는 사람이 아닌 난,

그저 자연스럽게 냉장고를 뒤지며 먹을 걸 하나 둘 꺼내고 있었다

간단하게 조금 먹고나니

시간은 어느새 하루의 중간을 큰 폭으로 넘어 섰다

 

창너머 밖은 하루 종일 흐렸던 것과 다름없이 어둑어둑 저녁이다

계획에 반하여

하루를 이렇게 흘려 보냈지만,

그 안에서 차분했던 몇 시간이 안정감을 몰고 왔고

어느정도 해소됐고

어느정도 채워 졌다

 

"그래, 그 게 맞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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