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쓰기 공부를 하는 문화원 수필반은 화려하지 않다
강의실도 허름한데다
마이크 시설도 안 갖춰져 육성으로 강의를 듣는다
눈에 보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앞뒤가 꽉 막혔을 것같은 노인들이 포진하고 있는 분위기가
썩 내키지 않는다면 등록 할 맘이 안 생길지도 모를 곳이다
또래는 24명 중 3명이고
내 짝꿍도 은퇴 목사님이시며 우리 엄마 연세인 할아버지다
이런 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
다른이들은 종종 이러기도 하는데
청강을 해 보지도, 강의실 안을 살피지도 않고 이 곳을 선택한 이유는
별 거 없고 단순했다
시간낭비, 그에따른 체력소모가 없겠다 해서였고
무엇보다 동네라 가까워서였다
수다스럽지 않고 호리호리한 교수님은
내가 등록하기 바로 전 학기부터 가르치셨다
힘이 들어가지 않은 강의를 받아들이기 편했다
그러나 마지막
한없이 뻣뻣해 교만한 교수님의 인성이었다면
모든 것이 충족됐어도 못 견뎌 등록한 걸 뒤로하고 나왔을 것이다
햇살 한 아름 작년 봄부터
1년 7개월 후 찬바람이 다리에 착착 감기는 이 겨울..
회원들의 글이 담긴 2번째 수필집을 지난 연말에 받았다
그 전 14권의 책 구경은 못 했지만 교수님이 가르치셨던 두 해
저예산이라고 회원들이 입을 삐쭉댔는데 그 걸 가지고
교수님 미더스의 손에서 만들어진 수필집 2권은 내 품에 있다
실린 글들을 보며 글쓴이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새삼 알게 된 제각각의 삶과 잔잔하게 드러나는 비밀아닌 비밀들..
잠시 내가 그들이 되어 본다
글은 이런 거다
내가 나이기도
내가 너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