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불면

공효진* 2015. 11. 19. 02:51

 

자야 할 시간이 점점 뒤로 밀려나면서 어느 땐 그렇다

이러는 내가 잘 생각은 있는 건지

 

조용히 누웠다 다시 조용히 밖으로 빠져 나오기 일쑤다

그러면서 한 두시간을 다시 훌쩍 흘리고 만다

침대를 벗어나야 특별히 할 일은 없다

방밖 여기저기 눈에 거슬리는 걸 차곡차곡 치우거나

현관에 흐트러진 신발을 나란히 모으거나

바깥 공기가 궁굼해 창을 한 번 여닫거나..

 

양치질을 한 번 더 한 적도 있고

간단한 서랍정리를 한 적도 있고

눈을 감고 소파에 가만히 앉아 공상을 하다 다시 방으로 들어간 적도 있다

누워있다 다시 나오게 되는 최악의 경우엔

여유로운 몸동작이 자유롭지 않아 책을 보긴 좀 힘들고

소리를 알맞게 줄이고 차라리 편하게 두시간짜리 영화를 볼 때도 있다

뒤척뒤척 애써 힘들게 자는 걸 포기한다

 

하루종일 비뿌린 날 세수를 다섯번 했다

구질구질 날씨탓에 보통은 일찍 하루를 마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날도 싫지 않은 난

하루종일 창밖을 즐기다 어두워져서야 집안일을 시작했다

마지막 많지 않은 쓰레기까지 다 치웠다

세 사람과 긴시간 통화도 했고 집주변에 멈춰있는 분수를 구경했다

 

자야 할 내 시간이 멈춰있듯 분수도 자기 할 일을 멈춘듯 메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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