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게 닫쳐있는 커튼..
베란다의 커다란 바깥 창을 가린 암막 롤스크린에서 부터
집 안으로 뻗어야 할 해그림자까지 머뭇거리게 만든다
다리가 긴 사람의 한 발자국 위치의 베란다 안 창엔
늘 그렇듯 사시사철 밖을 볼 수 있는 앏은 커튼이 매달려 있다
밖의 롤 스크린을 열지 않으면 쓸모도 없지만
아침일찍 롤 스크린을 올렸다
방마다 다 다른 창문가리개다
안방은 암막커튼
컴퓨터가 있는 문간방 창엔 연녹의 버티컬
주방 옆은 별 것 없이 휑한 채이고..
아이들과 함께 있다면 딸 아들의 감정선에 맞는 색과, 또 뭐 좀 신경쓴 티가 날텐데
나 자신 역시 희망사항 이라는 생각조차 하질 않으니
걔들 나이에 독립이란 다시 집으로 들어오기 힘든... 그런 것
짐을 싸 나간 후의 공간 여기저기엔 내가 필요한 대로 조금 나열해 놨다
그런 것들도 내가 안정된 동선으로 만들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변한다
오랜 습관이어서 난 아무렇지 않지만
우리집에 오는 사람들의 반이상은 어둡다는 말을 한다
그 사람들 말을 듣고 그러냐..며 열어젖히진 않는다
간혹
비나 눈이 오거나
창밖 도로위의 달리는 차들을 보고싶을 때
온도를 느끼고 싶을 때나 잠시 열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