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수면제

공효진* 2015. 12. 30. 23:44

 

 

 

 

 

비로 밖이 젖었다

찬바람이 콧속으로 파고 들어 창문을 재빨리 닫았다

연말이어도 동네는 조용하다

 

점점 심해지는 불면증에 괴롭다

견디는 중 나름의 처방이랍시고 하루걸러 반 잔씩 와인을 마셨다

술을 못 마셔 마시다 보면 양이 점점 늘어날까봐도 감당이 안 돼 그렇고

마시고 누워있다 보면 술이깨서 다시 원점이고

잠을 자기 위해서는 아닌듯 해 없던 일이 됐다

 

지금은 잘 자는데 오래 전 불면증으로 술을 끼고 살았고

다 풀어진 목소리로 전활해 술 주정을 한 시간 두 시간 하던 친구가 있었다

술을 수면제라고 말했던 그 친구는 꽤 오랜시간이 걸려 불면증에서 빠져 나왔다 

 

결국 일주일 전

친정에 갔다 아버지가 드시던 수면제를 가져왔다

무슨 수면제 종류가 이렇게나 많은지

약 이름을 인터넷으로 찾아 보고 효과가 없으면

또 다른 걸 먹어봐야지 하며 세가지 약을 챙겼다

지금은 병원에 계시지만 정정하셨을 때 나처럼 불면증으로 약을 드셨다

아버지와 수면제에 얽힌 얘기는 많다

 

의존하는 순간 늘어난다는 걸 알면서도 밤새 말똥말똥한 것도 못 할 짓이라

편한 맘으로 일주일째 먹는다 

먹자마자 자는 건 아니고

뒤척이는 시간 20분 후면 내가 이만큼 잤나 싶게 시간이 많이 흘렀다

낮에도 어느 땐 잠에 취한 것인냥 졸음이 쏟아지니 효과는 있다

 

그런데도 정상적인 리듬으로 자는 게 아니라서인지

머리는 늘 무겁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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