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의 정 나누기' 는
오래 전 추워서 귀가 빨갛게 얼 때인
진정한 겨울에나 썼던 말처럼 이젠 낯선얘기가 됐다
결코 화려하진 않은데
송구영신이란 습관적인 말을 집어 넣어서 짧막하게 몇 줄 적어
몇몇 사람들에게 보내며
단출하게 연말의 감흥없이 연시가 됐다
가족들과 오붓하게 밥을먹고
가만히 듣노라면 꼭 내게 필요한 얘기같이 덕담도 들었다
반대로
정작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은
덕담이든 아니든 길어지면 왠지 잔소리 같아 짧은 한 마디씩이었다
성격탓도 있지만
평소에도 길고 자질구레한 말들을 내가 들을 땐
독까지는 아니어도 꼭 약이 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아서였다고나 할까
새해에도 변함없이 날 괴롭힐 불면증 때문에
병원을 갔다
안 그래도 아버지께서 드시던 수면제를 자야 한다고 벼르는 맘으로
한 알씩 먹은 지 10일이 지나면서다
기억은 그렇다
자기 전 한 알 먹고 20~30분 정도 흘렀을 때 잠드는 것 같다
덕분에 7시간 자고 눈을 뜨는데 '내가 정말 이만큼이나 잔 거 맞나' 할 정도고
이만하면 효과는 분명 있는데
먹으면서 이 게 나한테 잘 맞는 약인지 아닌지
아버지께 처방을 내린 거랑 똑같이 처방이 날까하는 의구심에
찝찝함이 더해져서 병원을 간 거였다
"이 약은 안 된다" 며 의사는
노인에겐 제한을 두지 않는 약이지만 내겐 먹지 말란다
나이가 다르고
최소한의 중독성과
몸에 끼치는 영향 역시 최소화한 약
그렇다고 먹는다고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약은 아니라며 다른약 10일분을 줬다
잠자기 한 시간 전에 먹고
그 사이 씻고 잘 준비를 다 하고 누워 눈감고 있으면 어느새 잠든다
앞으로 얼만큼 의존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동안 참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