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약에 민감한 사람인 건 알고 있다
타이레놀도 부작용을 일으키니 의사가 난감해하며 컴퓨터를 뒤진다
나한테 쓸 약을 골라
알약 서너 개랑 쪽쪽 빨아먹는 물약 처방을 해줬다
잠시 마을방송국에 들렀다 오는 차 안에서 혜란이와 애경이의 전화를 받는다
오한이 나 수영장 물 속에 들어 갈 자신이 없어 운동을 연기했더니 얼굴을 못 봐 궁금했나 보다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며 문병온다는 걸 말리니 코맹맹이 소리가 애처러웠는지
언제든 전화하라고 밥 사준다며..
#
집으로 오는 길에 먼지가 수북했던 차, 세차를 했는데
함박눈이 온다
창문을 열고 그새 내려 쌓인 눈과 내리는 눈을 물끄러미 본다
감성을 주체할 수 없었던 두근거림은 어디가고
춥고 불편한 기운만 느껴진다
아마 지금 내 상태가 안 좋아서겠지.. 그마저도 위안을 한다
#
머리를 단발로 잘랐다며 딸내미가 '띵동' 사진을 보내왔다
개인적으로 긴머리를 좋아하는 난 놀라 사진을 꺼내 봤다
어깨까지 내려오니 다행히 단발머린 아니다
함께 일을 하는 매장 식구들과 찍은 사진도 딸려 왔는데 선남선녀들인 것이
보고 있노라니 기분도 좋아진다